우리나라가 강력한 양형을 하지 않는 이유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발생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의 청바지에서 DNA를 검출하는 등 증거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처음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음에도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높아진 것뿐이었다.

이러한 판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법정형은 살인미수나 강간살인미수에 대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량은 법정형보다 훨씬 낮다. 이유는 양형기준에 있다.

양형기준이란, 범죄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형량을 어느 정도로 선고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양형기준은 대법원 산하의 양형위원회가 만든다. 양형위원회는 한 범죄에 대해 가장 낮은 형과 가장 높은 형을 정하고, 그 중간값을 양형기준으로 삼는다5. 그러니까, 기존에 벌어진 판례들의 평균값을 양형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양형기준은 국민들의 '법감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감정’이란, 국민들이 어떤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다. 국민들은 살인이나 강간 같은 중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지만, 법원은 그보다 훨씬 낮은 형을 선고한다. 이는 법원이 범죄의 종류와 정도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동기, 과실,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데, 이는 범죄자를 교화하고 재발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반성하는 사람에게는 형을 낮게 선고한다. 반면, 영미법 체계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형량이 훨씬 높고 병과주의를 따른다. 병과주의란,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더하거나 곱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가 강력한 양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